< 주택과 문화교육시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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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애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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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란 직업은 때로는 건축이 불가능한듯한 땅위에 효용을 극대화해야하는 현실적인 도전을 받을 때가 있다. 무애빌딩이 그런 경우다. 이때 우리는 두가지 태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어떻게 해서든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설계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자를 선택하였다. 그것은 매스스터디를 한 후에 내린 결정이지만, 적어도 세가지의 중요한 개념들이 실현될 수 있다면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크게는 동숭동이라는 도시적 특성이 갖고 있는 혼재에 대하여 찬물을 끼얹듯 절규해보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뒷골목, 막다른 골목과 같은 도시조직을 건물속에 연결시켜 보는 것이고, 끝으로 기존의 건물중 랜드마크처럼 되어있는 조건영씨의 J.S빌딩과 조우시켜 막다른 골목에 있되 대로상의 건물과 연결시켜(J.S빌딩의 첨탑이 비어있으나 무애빌딩은 채우는 방식으로) 보다 공적인 건물로 부각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세가지의 전제는 다섯군데로부터 받는 사선제한이란 법적인 규제가 오히려 그 해법을 제시해주었다. 그것은 평범한 나머지 특별한 위치가 없어보였지만 낙산자락, 끝에 위치하여, 하나의 커다란 '돌덩어리'가 굴러내려진듯한 매스를 가능케함으로써 땅과 인연을 맺는 근거있는 형상성에도 도움을 주었다.
본래의 대지는 두개의 필지로 동강나있었다. 서측의 4m도로에 인접한 삼각형대지(24평)와 135평의 대지가 구거로 인해 분리되어있어 합병이 불가능했을 뿐 아니라(동네가 다름) 삼각형 모양의 소형대지 또한 도로, 인접대지 경계선으로 인해 세군데로부터 사선재한을 받는 관계로 결국은 지상으로 건축이 불가능하여, 계획초기부터 지하 소극장진입 구조물로 구상하고 지하 2층에서 본건물과 연결하도록 하였으나 아직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삼각불로 계획된 변형피라미드는 서측의 절벽같은 경관을 완화시켜줄 뿐 아니라 건물내의 골목을 연결시켜 줄 것이다.
무애빌딩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건축주들이라면 누구도 수용하기 어려운 공공의 영역이 많다. 볼듐으로는 효용을 극대화 시키는 대신 공적인 영역을 안팎으로 최대한 마련하면서 '도시공간'을 점령하는 권리(사유재산이라는 명목의)를 행사한 반대급부를 제공한 셈이다.
주계단 주위의 열리고 막힘의 과다함은 다소 미로미로처럼 보이지만, 짧은 내부골목의 단순함을 상대적으로 보완하여 공간 체험의 강도를 높여준 것이다. 소형거눌, 그것도 막다른 골목에 있는, 공공성 짙은 건물이 동숭동에서 자신을 존재시키는 방식이 매스라는 막강한 힘으로 해결된 점이 그렇게 훌륭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건축물이, 비단 그것이 안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도시속의 실핏줄같이 미세한 부분에 활력을 주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아직도 건물 뒷쪽에 버티고 있는 일본식 2층 건물은 그 내부에 진정한 '공간'이란 무엇인지 은밀히 숨기고 있다. 바로 이 건물과 이웃해있을 투병한 피라미드는 변천하는 동숭동의 색다른 시간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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